'Methuselah Syndrome'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5.24 자신 없는 사람들 이야기
  2. 2009.11.18 재미난 이야기
  3. 2009.05.24 침묵
  4. 2009.05.22 글을 쓴다.

자신 없는 사람들 이야기

자신 없는 리더는 되레 눈을 부라리며 윽박지르고,
자신 없는 여성의 화장은 시간이 갈수록 진해지며,
자신 없는 정치꾼은 인맥과 돈다발로 떡칠을 하고,
자신 없는 꼬마는 부모 울타리 안에서만 징징대며,
자신 없는 노인은 추억을 안주로 현실을 위로하고,
자신 없는 아빠는 조금씩 귀가시간을 뒤로 미루며,
자신 없는 엄마는 학교동창의 연락을 슬슬 피하고,
자신 없는 학생은 온갖 참고서와 사교육에 목매며,
자신 없는 장사꾼은 계속 물건을 헐값에 떠넘기고,
자신 없는 스타는 더욱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하며,
자신 없는 춤꾼은 춤대신 화려한 의상에 집착하고,
자신 없는 싱어는 노래대신 몸과 얼굴에만 힘쓰며,
자신 없는 작곡가는 남의 것을 조물딱거려 배끼고,
자신 없는 글쟁이는 필요 이상의 부사로 치장하며,
자신 없는 화가는 계속 덕지덕지 물감을 덧칠하고,
자신 없는 여인은 눈치만 보며 사내주위를 맴돈다.

 그리고                                                          
자신 없는 사내는 결국..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다.

..고, ..며, ..다.                                             
슬프게도 인생은 언제나 셋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자신 없는 사람들의 애석하면서도  불쌍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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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이야기



재미난 이야기.

넓직한 탁자가 있다.
말랑말랑해지도록 무료한 시간이 있고,
제법 머리가 굵어진 세명의 남녀가 있고,
3개의 입과 6개의 귀가 있다.

문득, 한명이 10년전 자신들의 추억에 대해 툭 던진다.
3개의 입이 각기 바쁘게 움직여 
어렴풋한 '추억'의 뼈대 위에 덕지덕지 살을 붙혀나간다.
그들은 마침내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세명이 조물딱거려 완성한 이야기는
어쩐지 보기에도 엉성한 어지러움이 가득하다.
각기 자신만의 회상한 기억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
추억과 기억 사이의 괴리감이 그들의 옆구리를 슬그머니 찌른다.

엉성하게 끼워맞춘 10년전의 이야기를 집어던지고,
3개의 입은 자신만의 기억 대하여 이야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의 사실'은 '세 개의 기억'으로 쪼개진다.

그 기억의 파편들은 각기 색깔도, 향기도, 성질도 달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개인고유 영역 안의 '사실'이자 '진실'.
그들은 서로 자신의 파편을 들이대며 고개 위로 휘젓는다.

한참이 지나-.
세명의 남녀가 떠난 자리에는,
넓직한 탁자와,
하나의 추억과,
세 개의 사실과,

그리고 
불편함만이 남았다.

참으로 재미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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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Silence. 1

    본인 스스로의 동의 혹은 부정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어떠한 감정의 뿌리를 바탕으로 
    몇번이고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이성적, 논리적으로 피력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이 타인과의 갈등해소를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되었건 지적 우월감을 증명하여
    상대의 승복을 위한 자기만족이 되었건, 그 의도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전에
    스스로 입을 다물고만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표현하고 싶어하는 존재이기에 목적이나 수단, 본질이 변색되거나
    위치가 뒤바뀌더라도 그것을 부정(혹은 망각)한 채 끝임없이 짓껄이고, 내뱉고, 곱씹어
    야만 만족하는 마스터베이션 위에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나의 침묵이, 당신의 어떠한 정서적 동요와 감정의 파편 쪼가리를 수용해주리라.

    이 짧고 얉은 도식적인 이해라는 가면 뒤에, 당신을 향해 날이 선 칼날이 겨뉘어 있으리니.
    나의 입안에 침묵한 채 잔뜩 웅크리고 있는 혀는 여전히 시퍼렇게 날을 갈고 있음을.

       

     Silence. 2

     별이 지다.
     내가 보기엔 그리 찬란하게 빛나던 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보잘것 없도록
     초라한 별도 아
니었지만, 사람들은 동요했다.

     어떤 이들은 진 별에 대해서 애써 이성적인 척, 혹은 무관심한 척했다.
     어떤 이들은 진 별에 대해 분석적인 통찰과 그것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 논했다.
     소수의 무리들은 이미 바다에 잠긴 별을 이용하고자 찾으려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동요된 감정을 표현하기 바빴다.
     그들은 자신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자신의 분노에 대해 이야기했다.
     절망, 회의, 후회, 걱정.. 여러 빛깔의 감정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들이 연거푸 뱉어낸 감정의 기포들은 바람이 되어 다시 그들을 훝고 지나갔다.
     어떤 이들은 별이 진 사실보다 본인들이 뿜어낸 바람에 휩쓸리기도 했다.
     자신의 슬픔에 대해 슬퍼했고, 자신의 분노를 향해 분노했다.

     시간이 흘러 바람이 바람을 만나 뒤섞기고, 흩어지고 구름이 되어
     잔잔한 비를 뿌릴 때가 오면,
 그들은 기억할까.
     자신의 감정들을. 기억들을. 

     바람이 태풍이 되어 돌아와 그 곱절이상의 감정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고 나서야 
     돌이켜
 볼지도 모른다. 

     입을 닫은 채 그들을 바라보며 바람과 구름에 대해 생각하던 어느 한량은
     자조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소리없이 울먹인다. 
     그리고 별이 진 텅 빈 하늘을 바라본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Silence. 3

    말로해도 올바로 전달되지 않는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       

                                                     <무라카미 하루키 - 해변의 카프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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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



글을 쓴다.
좀 더 그럴싸하게 표현하자면, 생각이라는 흰 도화지 위에
단어라는 연필과 지우개로 스케치를 한다.

손가락의 리듬과 눈동자의 움직임과 두뇌의 장난질이 멋대로 한바탕 어울리고 나면.
그게 곧, 내가 쓴 글이란 놈이 된다.

장난질.
그래, 장난질이란 단어가 마음에 든다.
생각이란 녀석은 결코 유쾌하거나 쿨한 녀석이 아니어서,
이런 장난질을 통하지 않으면 나를 무섭게 쪼아대기 때문이다.

고로, 난 '어쩔 수 없이' 글을 쓰는 것이다.
좀 더 무겁지 않은 기분으로 좀 덜 답답하기위해,
발버둥치는 듯한 느낌으로 한 껏 장난질을 하는 셈이다.

이런 장난질에 대한 반응은 재밌게도 천차 만별이다.

글을 읽고 난해하다는 반응도 있고, 스타일이나 겉멋에 가려 본래 말하려하는 바가 전달
되지 않는 다는 반응도 제법있고, 논할 가치도 없이 자아도취성 짙은 저질이라는 반응도 있었으며,
아예 내가 글쓰는 사실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류도 제법 있다.
정말 소수지만 흥미있게 웃으며 좋아해주는 이들도 간혹, 있다.
(게중에는 제법 진지하게 이 장난질을 대해 주는 이들도 있다. 진정한 대인배 한량들이다.)

뭐, 나도 내 울타리 안에서 이탈하고픈 마음은 크게 없기때문에
이런 다양한 반응들을 나의 수준에서 '적당히' 수용하고 있긴하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 글을 쓰는 본래의 마음씀씀이(-마음가짐이란 표현 보다는 씀씀이- 가 더 맞을 듯 하다.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유희를 위한 장난질이니까) 만큼은 처음과 같다.

술을 먹고 유유히 키보드를 두두리는 것도 꽤 즐겁고, 결과물을 위해 굳어있는 뇌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끙끙 앓는 것도 나름 즐겁다면 즐겁다.

아까말했듯, 난 어쩔수 없는 장난질 없인 못살겠으니까.
그런 장난질 따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달라는거냐! 라고 목에 핏대세워 가며 소리치면
난 정중히 힘껏 무시해 줄 용의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해하고 자아도취적이며 겉멋만 가득한, 뜬 구름 잡는 듯하고 즉흥적인데다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기본없고 저질이라 불리는(...휴 길다) 내 글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담배와 함께 유유히 타자를 두드리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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