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



글을 쓴다.
좀 더 그럴싸하게 표현하자면, 생각이라는 흰 도화지 위에
단어라는 연필과 지우개로 스케치를 한다.

손가락의 리듬과 눈동자의 움직임과 두뇌의 장난질이 멋대로 한바탕 어울리고 나면.
그게 곧, 내가 쓴 글이란 놈이 된다.

장난질.
그래, 장난질이란 단어가 마음에 든다.
생각이란 녀석은 결코 유쾌하거나 쿨한 녀석이 아니어서,
이런 장난질을 통하지 않으면 나를 무섭게 쪼아대기 때문이다.

고로, 난 '어쩔 수 없이' 글을 쓰는 것이다.
좀 더 무겁지 않은 기분으로 좀 덜 답답하기위해,
발버둥치는 듯한 느낌으로 한 껏 장난질을 하는 셈이다.

이런 장난질에 대한 반응은 재밌게도 천차 만별이다.

글을 읽고 난해하다는 반응도 있고, 스타일이나 겉멋에 가려 본래 말하려하는 바가 전달
되지 않는 다는 반응도 제법있고, 논할 가치도 없이 자아도취성 짙은 저질이라는 반응도 있었으며,
아예 내가 글쓰는 사실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류도 제법 있다.
정말 소수지만 흥미있게 웃으며 좋아해주는 이들도 간혹, 있다.
(게중에는 제법 진지하게 이 장난질을 대해 주는 이들도 있다. 진정한 대인배 한량들이다.)

뭐, 나도 내 울타리 안에서 이탈하고픈 마음은 크게 없기때문에
이런 다양한 반응들을 나의 수준에서 '적당히' 수용하고 있긴하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 글을 쓰는 본래의 마음씀씀이(-마음가짐이란 표현 보다는 씀씀이- 가 더 맞을 듯 하다.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유희를 위한 장난질이니까) 만큼은 처음과 같다.

술을 먹고 유유히 키보드를 두두리는 것도 꽤 즐겁고, 결과물을 위해 굳어있는 뇌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끙끙 앓는 것도 나름 즐겁다면 즐겁다.

아까말했듯, 난 어쩔수 없는 장난질 없인 못살겠으니까.
그런 장난질 따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달라는거냐! 라고 목에 핏대세워 가며 소리치면
난 정중히 힘껏 무시해 줄 용의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해하고 자아도취적이며 겉멋만 가득한, 뜬 구름 잡는 듯하고 즉흥적인데다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기본없고 저질이라 불리는(...휴 길다) 내 글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담배와 함께 유유히 타자를 두드리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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