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이야기



재미난 이야기.

넓직한 탁자가 있다.
말랑말랑해지도록 무료한 시간이 있고,
제법 머리가 굵어진 세명의 남녀가 있고,
3개의 입과 6개의 귀가 있다.

문득, 한명이 10년전 자신들의 추억에 대해 툭 던진다.
3개의 입이 각기 바쁘게 움직여 
어렴풋한 '추억'의 뼈대 위에 덕지덕지 살을 붙혀나간다.
그들은 마침내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세명이 조물딱거려 완성한 이야기는
어쩐지 보기에도 엉성한 어지러움이 가득하다.
각기 자신만의 회상한 기억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
추억과 기억 사이의 괴리감이 그들의 옆구리를 슬그머니 찌른다.

엉성하게 끼워맞춘 10년전의 이야기를 집어던지고,
3개의 입은 자신만의 기억 대하여 이야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의 사실'은 '세 개의 기억'으로 쪼개진다.

그 기억의 파편들은 각기 색깔도, 향기도, 성질도 달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개인고유 영역 안의 '사실'이자 '진실'.
그들은 서로 자신의 파편을 들이대며 고개 위로 휘젓는다.

한참이 지나-.
세명의 남녀가 떠난 자리에는,
넓직한 탁자와,
하나의 추억과,
세 개의 사실과,

그리고 
불편함만이 남았다.

참으로 재미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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